아이가 처음 감기에 걸렸을 때 자다가 열이 나거나 코가 막혀 숨을 잘 못 쉬는 등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어른에게 아무것도 아닌 '감기'라는 질병이 아이에게는 아주 힘든 병이 될 수 있지요.
우리는 아이의 '감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소아 감기에 대한 정의와 진료 의사와의 관계, 부모님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을 알아봅니다.
감기의 정의
감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감기’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먼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호흡기의 감염질환입니다. 일본 소아 호흡기질환 학회와 일본 소아감염증학회가 공동으로 작성한 [소아 호흡기감염 증진으로 가이드라인 2011]에서 ‘일반감기’ 항목을 살펴보겠습니다.
감기란 “콧물과 코 막힘이 주요 증상인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없고 열은 없거나 있더라도 가벼운 정도를 뜻한다. 비염이라고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비 부비동염이다”라고 정의한다. 가벼운 정도의 발열이란 대략 38.5℃ 미만이라 해석된다.
이 가이드라인을 볼 때 일반적인 진료에서 ‘감기’의 진단을 쉽게 내릴 수 있을까요?
위 가이드라인의 정의에 의하면, 기침하고 체온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영유아기 증상은 ‘감기’라고 진단하기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감기’를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보아도 될까요? 일상 진료에서 바이러스를 증명하기란 곤란할 것입니다. 검사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RS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몇 종류뿐입니다. 감기를 바이러스성 질환이라고 정의하면, 이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신속 검사를 많이 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불필요한 검사의 증가와 의료비가 늘어나는 원인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일차진료에서 쓸 수 있는 감기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일차진료를 받을 때는 병의 초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판단할 때는 늘 불확실한 것이 들어가게 됩니다. 감기는 정확한 진단명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증상이나 병원성 미생물, 체온 등으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감기’의 정의는 ‘대부분 자연치유가 예상되는 경증인 기도 감염질환’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적지만 일정 비율로 악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며, 지금 시점에서 입원할 정도로 긴급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면 일차진료 시 의사가 “경과를 관찰해보자, 상태를 더 보자”고 할 때 위에 말씀드린 감기의 새로운 정의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와 감기의 개념을 공유하고 발병 당시에는 경과 관찰해도 되지만, 악화하면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것이 감기입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가정에서 경과 관찰을 잘 해주시고 증상과 진행 상황을 진료 시에 자세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약보다 커뮤니케이션
진찰 후 불평을 듣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감기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또한 열심히 치료하는 자세를 보호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이유를 대는 의사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감기 증상이다가 그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무수히 많지만, 항생제로 예방할 수 있는 병은 거의 없습니다. 감기 진료에서 환자에게 불평을 듣는 경우, 진찰한 의사에게 부족했던 것은 치료가 아니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평소 감기라는 개념을 공유할 수 있으면 이러한 문제는 줄어들 것입니다.
감기에 걸린 아이를 가진 부모님이 읽으시면 좋은 글
의사끼리도 ‘감기’를 다루는 데는 큰 혼란이 있습니다. 전문가가 모인 ‘학회’에서도 감기에 대해 논의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가장 빈번한 질병인데도 말이지요. 의사가 제대로 진찰하고 있지 않아서 확실하게 ‘감기’라고 말할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아이에게 열이나 기침, 콧물 같은 감기 증상이 생겼을 때, 아빠와 엄마에게 무엇이 중요할까요? 무엇을 알고 싶을까요? 아마도 아이가 치료될지 여부가 가장 궁금하겠지요.
물론 의사라도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낫나요?”라는 질문에 확답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의사들은 많은 아이를 진찰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보다는 여러 상황에 대한 경험이 있어서 예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 감기라는 말을 씁니다. 결국 감기는 “지금은 상태를 지켜봐도 되지만, 증상이 악화하면 또 진찰받으러 오세요”라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감기니까 방치해 두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집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달라진 증상이 없는지 아이를 잘 지켜봐 주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하는 돌봄과 사랑이 가장 큰 치료임을 명심하십시오.
감기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떠한 상황이든 위험에 대한 요소와 부담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감기가 두려워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보내지 않는다거나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감기에 대한 위험 인지를 높이는 경우 학교생활뿐 아니라 아이의 몸과 마음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데 영향을 줍니다.
급성 질환에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위험관리를 집착적으로 하는 경우에 ‘장기간에 걸쳐 엄마의 불안을 증대시킨다’는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고입니다.
양육 시 보호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발열, 기침 같은 것이 있을 때 병원에서 진찰받는 것보다 평소 사고 예방이 우선 입니다.
감기로 열이 날 때마다 항생제를 쓰고, 콧물과 기침을 그치게 하기 위해 감기약을 쓴다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관리입니다. 왜냐하면 감기에는 듣는 약이 없는 반면, 상당히 드물지만 위중한 약물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다양한 약을 먹으면, 적긴 하지만 사망률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백신은 사망률을 확실히 낮춥니다. ‘감기에 항생제와 감기약’보다는 우선 백신으로 아이를 지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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